우울할 땐 글을 써야했다. 엉킨 실타래 같은 마음을 더듬고 풀어 손끝으로 내보내면 한결 가벼워졌기 때문에. 우울을 인정하기 싫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상 밝아야 했고 웃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조용히 있으면 무슨 일 있냐는 말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드는 것에 일조했기에 가장 넌더리가 났다. 새해는 밝았는데 나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
나뭇가지가 앙상하다. 겨울의 표면적인 얼굴은 건조하게 마르다 못해 갈라지고 앙상하다. 한낮의 햇살은 당연하게도 온기를 담았지만 얼음을 물고 숨을 훅 뱉는 누군가의 입김처럼 차가운 바람이 그것을 가린다. 고대와는 달리 가혹했던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혹독하리라 생각했던 겨울은 생각만큼 지난하지 않아서 의아한 해의 끝자락이다. 특별히 좋은 일...
무뎌진다 싶으면 쓰려지는 아침이었어요. 내 꿈에선 그대가 울기만 해. 영문은 모르겠고 작게 구부린 등이 컴컴해서 손도 뻗을 생각 않고 지켜만 봤어요. 서러운 건 내가 되어야 하는데 그대가 비통스러워 보였어. 눈 뜬 후 서글픔의 몫은 내게 안겨주고서. 그런 말이 있잖아, 꿈은 상대가 나를 그리기 때문이라는. 혹시나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대의 꿈엔 내가 ...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잦다. 이상하다 싶은 일은 이상한 게 맞는데 알 수 없는 부정이 밀어내. 스스로를 갉아먹는 요소를 만들어 제 비석에다 덧붙이는 것이 지겹지도 않은지. 심장에서 입까지의 통로. 그 구멍으로 감정과 마음이 빠져나가는데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다고, 덮개마냥 길을 막아버릴 때가 있다. 의문이 일어 쇄골 언저리서 마음이 빙글빙글 돌 때면 덮개가 ...
너를 보는데 가슴이 울렁이지 않는 거 있지. 목이 콱 조여들고 입안을 바짝 마르게 하는 심장이 익어버릴 것처럼 뜨겁고 무겁게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더니 이젠 그렇지 않더라는 거야. 언제부터 그랬나 더듬어봤거든,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뒤였어.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서서히 네게 나는 사랑이 아니었다는 게 명확해지잖아. 괴로움...
친애했던 x에게. 네가 가던 날, 밉다는 말이 사랑스럽지 않고 유리 파편처럼 온몸에 파고들던 날 말이야. 어째서 사랑에다가 목을 맨다는 말이 붙는지 그제야 알았어. 비워진 무언가를 대신 메꿀 것을 찾아 정신이고 몸이고 난리도 아니었지. 열이 끓지를 않나, 탈이 나지를 않나. 눈가는 마를 시간이 없었고 가슴은 고깃덩이 메어둔 것처럼 조이는 거야. 나흘이 지났...
무딘 날이었다. 햇살도 온도도 일과도. 오늘은 네가 떠올라도 괴롭지 않아서 고요한 수면 위로 천장의 물이 30초 간격으로 떨어져 일렁임이 잔잔하게 일어나는 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정신 차리니 칠월을 앞둔 유월이다. 오월의 끝무렵 너와의 끝을 안고, 뜨거워지는 볕을 따라 검게 그을리는 가슴을 안고 유월을 기다렸는데 반길 새도 없이 끝나버린다. 내가 기...
우리가 너와 내가 되고 한 달이 지났음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네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엔 네가 꿈에 나왔다. 나를 그리며 우는 너를 보는 꿈이었다. 아침이 그리 허무하고 부질없고 또 덧없을 수가 없었는데 이 지금, 서러운 아침을 다시 맞이할 자신이 없어서 눈 감지 못하겠다. 네가 꿈에 나오는 것이 두렵다. 이번엔 우는 너를 끌어안거나, 시시콜콜한 대...
너를 떠나고 해야 할 일이 늘었다. 사소한 행복을 어디서 느껴야 하는 것이며 우울을 달래는 법, 공허해진 시간을 채우는 무언가. 내게 비워진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우선적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부터 찾아야겠다. 이젠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는 죽어버린 곳. 죽어버린 감정과 죽어버린 문장이 뒤섞여 죽어버린 피를 굳히는 곳. 차가운 뺨에서 미지근한 눈이 내려 지면으로 떨어지면 시퍼런 발끝을 얼리는 북극 또는 남극 같은 곳. 보다 시리고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아 적막하기 그지없는 외로운 공간.
버려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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